임태주 시인의 어머니께서 쓰신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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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뉴멤 댓글 5건 조회 2,078회 작성일 16-01-12 11:41본문
아들아,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못했다.
호미잡는 것보다 글 쓰는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편지를 수습할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것이 아닌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느게 애당초 없는줄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떄는 힘들었지만,
낳고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
들에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 햇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감자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떄
내가 조물주인 것처럼 좋았다.
깨 꽃은 얼마나 예쁘더냐.
양파꽃은 얼마나 환하더냐.
나는 도라지 씨를 일부러 넘치게 뿌렸다.
그 자태 고운 도라지꽃들이 무리지어 넘실거리때 내게는 그것이 극락이었다.
나는 뿌리고 기르고 거두었으니 이것으로 족하다.
나는 뚯이 없다.
그런 걸 내세울 지혜가 있을리 없다.
너 어렸을 적, 네가 나에게 맺힌 듯이 물었었다.
이장집 잔치마당에서 일 돕던 다른 여편네들은 제 새끼들 불러
전 나블랭이며 유밀과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챙겨 먹일 떄
엄마는 왜 못 본척 나를 외면했느냐고 내게 따져 물엇다.
나는 여때 대답하지 않았다.
높은 사람들이 만든 세상의 지엄한 윤리와 법도를 나는 모른다.
그저 사람 사는 데는 인정과 도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만 겨우 알뿐이다.
남의 예식이지만 나는 그에 맞는 예의를 보이려고 했다.
그것은 가난과 상관없는 나의 인전이었고 도리였다.
그런데 네가 그 일을 서러워하며 물을 때마다 나도 가만히 아팠다.
생각할수록 두고두고 잘못한 일이 되었다.
내 도리의 값어치보다 네 입에 들어가는 떡 한점이 더 지엄하고 존귀하다는 걸
어미로서 너무 늦게 알았다.
내가슴에 박힌 멍울이다.
이미 용서했더라도 애미를 용서하거라.
나는 네가 남보란듯이 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억척떨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괴롭지 않게, 마음가는대로 순순하고 수월하게 살기를 바란다.
혼곤하고 희미하구나.
자주 눈비가 다녀갔지만 맑게 갠 날,
사이사이 살구꽃이 피고 수수가 여물고 단풍물이 들어서 좋았다.
그런대로 괘찮았다.
그러니 내 삶을 가여워하지도 애달파하지도 마라.
부질없이 길게 말했다.
살아서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을 여기에 남신다.
나는 너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키웠다.
내자식으로 와주어서 고압고 염치없었다.
너는 정성껏 살아라.
댓글목록
사랑뽀뽀마미님의 댓글
사랑뽀뽀마미 작성일
너무 가슴에 와닿네요
반성하고 갑니다
윤이맘님의 댓글
윤이맘 작성일
가슴 먹먹한 글이군요.
시인의 어머니시라 그런지 글도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글을 남기게 될까요?
나팔바지님의 댓글
나팔바지 작성일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키웠다는 글에 울컥하네요
나보다 교육의 혜택을 못받았지만 저보다 훨씬 지혜롭고 거인이십니다~~
뉴멤님의 댓글
뉴멤 작성일
그러게요.. 시인의 어머니라 역시 다르시네요. 저도 오랜만에 엄알비 들어왔다가 제 글에 새삼 또 감동받네요 ^^;
뉴멤님의 댓글
뉴멤 작성일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 탓할 것 없어요. 다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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