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자료] 수학선생아들이 수학을 못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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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닉스 댓글 2건 조회 2,177회 작성일 16-01-30 13:18본문
수학 선생 아들이 수학을 못하더라고요
초등학교 시기는 학습 능력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다. 아이가 수학을 못한다고 해도 복습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저학년은 수학보다 중요한 게 읽기 연습이다. 개념 이해에 도움이 된다.
2015년 06월 06일 (토) 02:45:12 [403호]
이정주 (대전 목양초등학교 수석교사)
교직 생활 29년차다. 29년이라고 하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굉장한 의미가 있다. 아들이 스물아홉 살이다(웃음). 29년 동안 엄마로, 또 선생님으로 살면서 깨달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여기 오신 부모님들도 저랑 비슷할 것 같다. 아이들 학교 갈 때 공부 잘해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뭐 해라, 또 뭐 해라…. 저도 아침에 출근하는 아들에게 운전 조심해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매일 잔소리하다가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염려만 하고 있구나. 그래서 저녁이나 아침에 아들 자동차하고 이야기를 한다. ‘고마워, 네가 지금 태우고 다니는 그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지?’라고. 우습지만 차를 쓰다듬는데 눈물이 나더라. 살면서 지금까지도 가슴이 떨리는 단어는 ‘엄마’밖에 없다. ‘여보’ 이런 말에 가슴 안 떨리지 않나, 이제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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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이정주 목양초등학교 수석교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수학클리닉 전문상담가이자 29년차 교사다. | ||
얼마 전 5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연필만 빼놓고 다 집어넣어”라고 했다. 아이들이 연필만 빼놓고 다 집어넣는 데 얼마쯤 걸릴 것 같나? 5분 이상 걸린다. 연필만 남기라고 해도 최후까지 옆에 남는 게 뭔지 아나? 지우개다. 아이한테 지우개도 넣으라고 하니까 항의를 하더라. “틀리면 어떡하느냐”라고. 무엇을 하겠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그저 연필만 꺼내놓으라고 했는데 아이는 벌써 틀리는 걸 생각한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 갔는데 아이들이 오답 노트를 적고 있었다. 오답이라니. 아이들은 정답을 아는 순간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틀려도 되는 나이야.”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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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세 얼간이>의 한 장면. 성적과 취업만 강요하는 명문대에 입학한 세 친구의 좌충우돌을 다룬다. | ||
초등학교 시기는 학습 능력의 기반을 형성하는 정말 중요한 시기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아이들의 질문에 다 대답해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질문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부모들은 가끔 생략한다. 부모가 하교한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학교에서 재밌는 일 있었어? 뭐 했어?” 그러면 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많은 일 중 어떤 게 재미있는 일일까 생각한다. 근데 5초도 안 돼서 부모가 또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이가 생각하는 시간을 부모가 못 견딘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생각하는 시간.
무엇보다 아이들은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채 학교에 다닌다. “선생님, 계산기도 있는데 수학 왜 배워요?” 수학은 계산하는 과목이 아니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력과 논리력 같은 거다. 하다못해 초등학교 1학년 8칸 공책도 수학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글씨를 쓰는 건 국어지만, 쓰면서 저절로 비율과 배분, 축소, 각을 알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칸 공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는 이런 활동들이 수학이 아닌 것 같아도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연결해주는 힘이 된다.
아이와 나눈 대화를 녹음해 들어보세요
부모들은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대화를 한번 녹음해보시길 권한다. 대화는 없고 부모의 의도적인 인솔만 있다.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대화보다는 지시와 요구에 익숙해진다. 나도 녹음해서 들어보니 이야기의 80%가 나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내 감정에 대한 언어더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이와 지시 없는 대화를 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검사나 확인이 아닌, 함께 나누는 학습의 경험이 중요하다.
어느 날은 3학년 아이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학원을 6군데 다닌단다. 어떨 것 같나? 예전에 학부모 수학교실을 열어서 일일 수학캠프를 해봤다. 부모들이 아침 9시에 와서 오후 4시까지 아이들처럼 강의를 들었다. 아이들이 오후 3~4시에 하교하면 “이제 학원 가야지?” 하던 부모들이, 오후 2시가 넘으니까 다크서클이 내려와서 언제 끝나느냐고 물어보더라.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아이들은 6교시도 안 끝난 시간인데요.”
명색이 수학 선생이 자기 아이가 수학을 못할 때 충격은 정말 크다. 나도 그랬다. 아이 사춘기 때 정말 딱 교사를 그만하고 싶었다. 남들이 다 ‘네 자식이나 잘 키우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텔레비전에서 아이 훌륭하게 키운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엄마가 다 불안해진다. 그런데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제일 먼저 느껴진다. 나도 아들을 보면서 이해를 못했다. 공부하면 되지 왜 안 되느냐고. 나는 하면 됐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깨달았다. 아이들은 내가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다는 걸. 학생이 화를 내면 ‘저 녀석이 선생님한테 반항을!’ 하고 괘씸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반항이 아니고 슬픔의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아이의 반항 덕분에 내가 더 좋은 교사가 된 셈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설명해줄 때는 다 안다. 교과서를 보면 굉장히 친절하다. 그런데 교과서에 여백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교과서가 너무 친절하다 보니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가볼 길이 없다. 요점 정리가 다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너는 생각하지 말고 오직 암기만 하라고 어른들이 교육하고 있다. 게다가 교과서에 한 문제라도 풀지 않은 흔적이 있으면 부모들은 이를 안 배운 걸로 간주한다. 특히 수학이 그렇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수학을 굉장히 못한다면? 예습하지 말고 복습해야 한다. 적어도 초등 수학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를 이해할 준비만 돼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5학년이 수학을 못한다고 하면, 많이 가도 3학년 2학기로 돌아가면 아이가 못하는 지점이 나온다. 분수, 소수, 혼합 계산이 나오는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어려워한다. 그런데 못하는 부분을 점검하지 않고 통으로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부모는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에 보낸다.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수업 때 보면 “샘, 재미없어요” 한다. 재미는 그런 게 아닌데. 재미라는 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했을 때 알 수 있는 거다. 재미는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다. 아이들은 어떤 문제의 입구에서 만나는 흥미를 재미로 착각한다. 여러 교구를 사고, 보드게임도 해보고, 체험전에 가고…. 나는 절대 반대한다. 흥미에서 재미로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흥미에서 재미로, 재미에서 의미로 넘어가는 데는 꼭 고비가 있다. 그 고비는 다른 탈출구가 있으면 못 빠져든다.
아이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힘들고 어렵지만 문제를 해결했을 때 그 성취감이 다른 과목보다 더 있다고 한다. 반대로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도 이거다. 열심히 시간을 많이 들여서 풀었는데 답이 틀리면 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과정 점수 같은 다양한 평가가 도입돼 있다.
‘나에게 수학이라는 과목은?’이라는 질문에 한 학생이 ‘야호!’라고 써놓았더라. 이 아이는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왜 그렇게 썼느냐고 물어보니 잘하지 않아도 수학이 ‘야호’ 하며 도전할 가치가 있는 과목이라고 하더라. 이 아이가 도전할 준비, 실수할 준비, 실패를 극복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은 부모 요소가 클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물어본다. ‘잘’은 달인의 경지다. 이를테면 의사가 명의로 소문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종류의 실패를 경험해봤을까. 더 이상 실패가 없는 그 순간이 달인의 지점이다. 내면의 힘도 필요하지만, 내면에서 어느 정도 자가 충전이 되기 전까지는 주변의 힘이 중요하다. 믿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5점짜리 시험지가 준 감동
예전 우리 반에 심한 수학 부진아가 있었다. 시험을 보면 아예 아무것도 안 쓴다. 점수는 그냥 0점이다. 아이에게 말했다. “네가 0점을 맞아도 괜찮아. 그런데 노력했다는 것, 문제를 읽었다는 걸 보여줘. 어떻게 보여줄까? 네가 읽은 지문에 밑줄을 그어주길 바란다.” 그랬더니 다음 시험지 20문제 중 10문제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학기 말 시험 때는 20문제 모두에 밑줄을 그었더라. 그러다 보니 5점도 되고 10점도 되더라. 졸업하기 전에 그 아이가 시험지 문제 밑에 편지를 썼다. “선생님 미안합니다, 정말 몰라요.” “이건 진짜 모르겠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되네요.” 아이 마음이 이랬구나. 이런 아이였구나. 그러면 됐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금 성적이 아이 인생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인지하고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주셔야 한다. 아이가 느끼는 불안의 거의 대부분은 학부모의 불안이다. 부모가 초등학교 단계에서 이미 대학 관문을 보고 있다. 설령 수학을 못한다고 해도 그게 상처가 돼서 수학이라는 과목이 보기 싫어지게 만들면 안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길거리에 돌멩이가 보기 싫다고 돌멩이를 모두 제거할 수 없다고. 때로는 돌멩이를 넘어서도 가고, 차면서도 가고, 돌아서도 가야 한다고. 수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댓글목록
피닉스님의 댓글
피닉스 작성일
아주가끔...내아이가 목동에서 살지않았더라면 훨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있을까? 하는생각을 해보게됩니다.
2년3년4년 선행이 일상이되고 심화는 더더욱 깊이를 강조하며 달리고 또 달리는 우리동네 학원을 보며 줏대갖고 내아이 교육시키는건 생각보다 쉽지않네요.
그러나~~~힘내야겠죠? 내아이에 맞는 학습법을! 내아이한테 맞는 학습기관을 엄마의 소신과줏대로 잘 찾아봐야겠죠?
목적형학원을찾는 대치동엄마들과 다르게 목동엄마들은 관리형학원만을 선호한다는 얘기가 학원상담할때 들리더군요. 그래서인지 자꾸아이들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정규수업시간 외적으로 붙잡고있는 학원들이 늘고있네요. 아침부터 밤까지 한과목만하는 아이들...그자리에 앉아서 그아이가행복하고 성취감을느낀다면 잘선택한일이지만 만약 넌 여기에왜있니? 라는질문에 엄마가 시켜서요...라는대답을하는아이라면...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 또공부는 아이들마다 다 맞는학습법이 다른법입니다. 내아이에게 맞는 학습을 제대로 잘찾아서 하고있는지 우리 한번 체크해보아요^^
나긋나긋님의 댓글
나긋나긋 작성일
눈물 찡하네요.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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